벌써 대학병원을 그만두고 나온지 6개월이 넘어간다.
강남역에서 페이닥터 생활을 하다가 문득 든 생각.
'아... 근데 이제 뭐해야하지?'
의대생을 거쳐 인턴 레지던트를 마치고 군의관 복무를 마친뒤 다시 대학병원으로 돌아와 2년간의 수련을 마쳤다.
6+1+4+3+2 = 16년
정규교육 과정을 마치고 난뒤에도 무려 16년이란 세월이 필요한 전문의 과정.
예전에는 레지던트도 3년이면 마쳤다든데, 점점더 교육 시스템은 비효율적인 방향으로 가는거 같다.
옛날에 비해서 새로운 의학 기술이 나온 탓이겠지 라고 위안해 보지만 그래도 속이 쓰리다.
올해 2월만해도 우리나라 탑5 대학병원으로 인정받는 서울성모병원에서 2년여 간의 교수 생활을 할때는
내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될줄은 몰랐다.
이제 뭐해야 하지? 라는 막연한 생각.
대학병원에서의 쳇바퀴 같은 노동력 착취에 현타가 오기도 하지만,
큰 기관 안에서 일원으로써 안락하게 지낼수 있다는 안도감이 있었기에
그리고 구성원으로써 주어진 임무만 해결 하면 됐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나는 나름대로 임무해결에는 일가견이 있어서 무난하게 무탈하게 지낼수 있었던것 같다.
그러나 안락하기 지낼수 있다는 안도감도
대학병원 교수의 쥐꼬리만한 월급과 현실세계의 물가와의 괴리로 인해
더이상 안도하고 지낼수 없는 상황이 변해가게 되었던것 같다.
내 자리 지키고 존버하면 정교수 임용까지 될수 있다는 장밋빛 희망은 너무 사치로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강남역으로 나왔다.
나는 가장이니까.
계약 급여는 당시 업계 최고 연봉.
몇 달 전만 해도 워낙 핫한 분위기도 있었고 호재가 있었기에,
비공식적이지만 아마도 1년차 페이치고 인서울에서 최고 몸값은 내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과분했다.
6개월여가 지나 개원가 생활도 마찬가지로 단조롭기는 매한가지였다.
대학병원처럼 연구활동도 없고, 그렇다고 페이 닥터로써 병원 경영에 참여하는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보니 장소만 바뀌고 급여만 바뀐채, 또 다시 나는 구성원으로써 주어진 임무만 해결하는 해결사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
아! 내 병원을 차려야겠다!
개원 훈련소를 입소!
"맞아, 이 나침반은 북쪽을 안 가리켜"
"그럼 뭘 가리키죠?"
"나침반 주인이 가장 원하는것."
(It points to the thing you want m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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