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병원 개원시 만나게 되는 사기꾼
의사들은 순진하다.
물론 나도 순진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딪자마자 사기를 당한적도 있다.
소액 사기였기에 인생 수강료 냈다고 생각하며 지나갈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분통 터졌던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동기들이랑 술한잔 기울이면서 이야기 하다보면, 다들 비슷한 사기를 당했거나
비슷한 유형의 사기를 당하고 있는 진행에 와있는 친구들이 많다는 점이다.
심지어 같은 사기꾼한데 당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의사들은 사회생활 시작이 상대적으로 매우 늦은 편이다.
고등학교 졸업후, 대학에 들어가면 사실상 단절된 생활을 하게 된다.
요새는 의학전문대학원이 있어서 학사 졸업하고
일반 회사 취업해서 사회물좀 먹어본 사람들이 의사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수능시험 치고나서 의과대학교로 들어온 의사들이라면 6년제 대학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인턴 레지턴트 생활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우스개소리로 의사들 아무리 똑똑한 척해봐야
책상에서 세상을 배운 안경잽이 아니겠냐고 자조적 섞인 이야기를 하게된다.
의술을 업으로 삼으면 생활해온것도 어느덧 15년이 되어가는데,
항상 느끼는건 이론과 실전사이의 간극은 항상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의술도 그러한데, 세상 사람들 모여 사는 사회에서 별의별 일이 다있지 않겠는가 싶다.
우리가 공부를 하고 책을 많이 읽고 많은 정보를 접하라고 배우는 이유는
아마도 직접적인 체험을 모두 해보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니
간접적으로 체험을 많이 할수 있는 방법으로써의 수단으로 가장 효율적인 매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패 서적이 그래서 인기가 많은걸까?
아무튼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개원을 준비하다 보니 별 사기꾼이 다 꼬이게된다.
부동사업자, 기계상, 인력소개, 마케팅 업자....등등
책상에 앉아만 있던 안경잽이 입장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달달한 유혹은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에서도 교수님 소리 들어가면서 떠받들어지는것에 익숙하다보면
상대방의 도움과 호의가 어느새 당연한 것같이 여겨지는 상황도 벌어진다.
'도움'을 주겠다는 스팸 문자와 보이스 피싱은 항상 먼저 걸려온다.
정말 중요한 도움은 내손으로 찾아내야 하는 법 아닐까?